아기를 키우면서 부모 입장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것 하나가 수면에 대한 문제일 거예요. 물론 아기가 잘 먹는다는 가정하에 말이죠. 수면을 어떻게 교육하냐에 따라 아기와 부모의 수면, 더 나아가서는 생활 전반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문제죠. 부모로서 아기가 일관되고 건강한 수면 루틴을 갖게 도와주는 건 너무 중요한 일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과제이기도 해요. 아기에게 수면이라는 건 성장과 발달, 그리고 뇌 건강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고민이 되죠.
같이 잘까? 따로 잘까?
저는 기본적으로 분리 수면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언젠가는 부모와 따로, 혼자 자야하는 시기가 올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거부감 없이 분리 수면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저희 아기는 6개월 때부터 분리수면을 시도했었고, 그 덕분에 지금은 (말을 알아 듣는 단계) 졸리냐고 물어보면, 끄덕이면서 자기 방 쪽으로 들어가요.
물론 분리 수면에는 꽤 어려운 결단과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게다가 같이 자는 것에 대한 장점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분리 수면을 선언하기까지 망설여지게 되죠. 저희 부부는 아기가 5개월쯤 됐을 때 저희 집에서 아기의 고모가 같이 자보고는 '부부의 수면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라고 우려하는 바람에 고민하게 되었는데요. 그 전까지는 같이 자야한다는 사실에 의심도 없었죠.
같이 자는 것에 대한 장점
- 아기에게 사랑을 더 표현할 수 있다.
- 아기와 친밀해지고 애착 형성에 도움이 된다.
제가 생각할 때 같이 자는 것에 대한 장점은 이 두 가지라고 봐요. 그 외에도 아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지만 그만큼 아기가 자는 동안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마냥 장점이라고 볼 수는 없고요. 아기 방과 부모의 방이 그렇게 멀리 떨어진 경우가 아니라면 분리 수면 중에도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죠.
같이 자려면?
- TV 같은 전자 기기가 방에 없어야 한다.
- 아기의 수면 시간에 부모가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육아는 하루 이틀 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아기를 재우고 부부끼리 맥주도 한 잔 할 수 있고, 육아 때문에 미뤄두었던 집안일이나 업무를 처리하기도 해야죠. 아기와 같이 자게 되면 이런 시간들에 어떻게든 침범을 받을 수밖에 없고, 곧 육아 스트레스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자는 것에 대한 단점
- 부모에 대한 아기의 의존심이 강해진다.
- 통잠의 시기가 미뤄질 수밖에 없다.
- 부모의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이 전에 올린 글에서 아기들의 분리 불안이 6~18개월 때 심하다고 말씀 드린 적이 있는데요. 같이 자게 되면 이 분리 불안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점점 밤중 수유를 끊고 통잠을 시도해야 하는데 부모가 옆에서 바로 반응하는 걸 알면, 아기들도 그만큼 보채고 통잠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게 됩니다.
분리 수면의 필요성
소아과 전문의 하정훈 박사는 분리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서 여러 영상을 통해 말하는데요. '게으른 엄마가 무던한 아이를 만든다'는 말로 분리 수면의 필요성을 강조하죠. 옆에서 자게 되면 아기의 작은 움직임과 칭얼거림에도 눈을 뜨고 대처할 수밖에 없잖아요. 분리 수면을 하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게으른 엄마'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예요.
실제로 생후 6개월부터 만 20개월이 된 지금까지 분리 수면을 하고 있는 저희 아기는, 요즘에도 밤에 잠에서 깨서 칭얼 거릴 때가 있어요. 같이 자고 있더라면 옆에서 자고 있는 엄마를 깨우거나, 안아달라고 보채겠지만 분리 수면을 하고 있는 덕에, 조금 잠을 설치더라고 이내 잠에 듭니다.
분리 수면을 포함한 수면 훈련이 아기에게 중요한 것은 길게, 양질의 잠을 자는 것이 아기의 성장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전문가들은 아기의 수면 훈련을 시작하는 시기로 생후 6개월 이전을 권장합니다. 생각보다 아주 빠른 시기죠.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아기는 수면을 위해 훈련할 준비가 되어 있는 거예요.
분리 수면의 장점
- 수면의 질이 높아진다.
- 아이의 독립심이 강해진다.
- 통잠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역시 부모와 아이의 수면의 질이 높아지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 부부 역시 같이 잘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수면의 질 덕분에, 잠에 대한 불만은 조금도 없습니다. 잘 자고 일어나야 아기와 온힘을 다해서 놀아줄 수 있기도 하고요. 잠 때문에 육아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걸 방지할 수 있어요.
게다가 분리 수면을 하면서 통잠의 시기가 크게 당겨졌는데요. 비슷한 개월 수의 아기들이 아직도 밤중 수유를 하거나 새벽 1~2시까지 잠에 들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는 것에 비하면 저희 아기 수면 패턴은 더 바랄 게 없어요. 밤 8시 30분에 잠에 들어서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거의 12시간을 통으로 자는 거고요. 중간에 칭얼거림은 있지만 저희 부부가 아기 방으로 가야 되는 수준의 칭얼거림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입니다.
그게 도움이 된 건지, 저희 아기는 독립심이 강한 편이기도 해요. 놀이 교실에 가도 또래 아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독립심(엄마와 떨어져도 잘 놀죠)으로 거의 조교 수준으로 활약하고 있고요. 분리 불안 증세가 전혀 없어서 엄마, 아빠와 떨어져야 하는 때가 오면 씩씩하게 손을 흔들죠.
분리 수면 방법
분리 수면은 생후 6개월 이전에 시작해야 돼요. 6개월이 넘어가면 분리 불안이 오는 시기와 겹쳐져서, 따로 자는 것만으로도 아기가 공포를 느낄 수 있어요. 이 시기를 놓쳤다면 당분간을 같이 자는 것을 추천 드려요. 전문가들은 이 경우에 만 2세가 넘어가면 다시 분리 수면을 시도하라고 합니다. 6개월 이전에 아무리 어려워도 꼭 실현해야 하는 이유죠. 분리 수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굳은 결심이 필수인데요. 저의 경험을 토대로 분리 수면에 도달하는 방법을 소개할게요.
1. 일관성이 있어야 해요.
정말 꾸준히 노력해야 해요. 어느날 아기가 좀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데리고 자고, 아기가 평소보다 더 우는 것 같아서 데리고 자면 아기의 패턴이 무너져요. '다들 분리 수면이 좋다고 하니까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시도해보는 건 추천 드리지 않아요. 저희 부부는 분리 수면을 결정한 후, 안방에서 아기와 관련된 모든 물품을 뺐고, 아기방을 꾸미는데 큰 노력을 들였어요. 다시는 같이 안 자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었죠.
2. 몇 가지 설정이 필요합니다.
아기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수면을 시작하는' 몇 가지 설정이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정확한 취침 시간(저희 집은 20시 30분)을 정해놓고 그 시간이 되면 무조건 취침을 위한 의식을 시작해요. 조명을 어둡게 만들고, 아기를 재우는 한명(주로 아빠)을 제외하고는 안방으로 들어가고, 백색소음을 약하게 틀어 주는 등의 신호를 주죠. 그럼 저희 아기는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키며 쪽쪽이를 물려달라는 표현을 해요.
3. 숙면을 위한 몇 가지의 노력
아기도 결국 사람이잖아요. 숙면을 위해서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해요. 일정한 시간에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켜주는 게 좋고, 잠들기 의식을 시작하기 전에 따뜻한 우유를 먹는 것도 도움이 돼요. 저의 경우에는 8시 목욕 - 8시 20분 우유 먹기를 1년 정도 꾸준히 했어요. 그랬더니 지금은 8시가 넘으면 졸리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고, 가끔 8시 반이 넘더라도 하루이틀 만으로는 수면 패턴이 깨지지 않아요.
4. 아침 기상과 낮잠도 일정하게 해야 돼요.
이게 지키기 은근히 어려운 부분인데요. 아기가 일어나는 시간을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게 좋아요. 조금 일찍 깼더라도 침대에 머물게 하고 (혼자 잘 놀아요) 조금 더 자고 싶어해도 아침 8시가 되면 깨워서 밥을 먹여요. 그렇게 되면 낮잠(11시 한 번, 4시 한 번) 시간도 잘 지키게 되고, 오히려 그 시간이 가까워 오면 쪽쪽이를 달라면서 방으로 들어갈 때도 있어요. 그리고 아기가 낮잠 자는 시간이 양육자에겐 너무 소중하겠지만, 너무 오래 재우면 밤잠에 방해가 되니 낮잠 시간도 일정하게 지켜줘야 해요.
5. 잘 자던 아기가 갑자기 돌변하기도 해요.
우리 아기들에게는 원더윅스라는 게 존재하죠. 늘 수면 패턴 잘 지키던 아기들이 갑자기 잘 안 자고, 밤에 몇 번이나 깨서 세상이 떠나갈 듯 울기도 해요. 만 2세에 가까워진 요즘에는 안 그러지만 18개월 정도까진 2~3개월에 한 번씩 수면 패턴이 깨지는 기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럴 때 마음이 약해져서 같이 자게 되면, 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분리 수면을 어려워 합니다. 아기가 아픈 게 아니라면 마음 약해지지 말고 가끔 들어가서 토닥여주는 정도로 달래주세요.
주변 육아맘들이 저희 부부에게 가장 부러워하는 게 아기의 분리 수면과 12시간에 가까운 통잠인데요. 그래서 분리수면이라는 주제 하나로 글이 꽤 길어진 것 같아요.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 하고, 다음에 다시 한 번 분리 수면이라는 주제로 글 적어 볼게요. 아무튼 결론을 말씀 드리자면, 분리 수면은 매우 필요하고, 저희 부부가 아기 키우면서 가장 잘 한 일 중에 하나라는 거예요.
아무리 낮에 칭얼대고 힘들게 해도 9시 이전에는 자니까 저희 부부에게도 활용할 시간이 매일 서너 시간씩을 주어지고요. 아기도 아침에 일어나면 '아, 잘 잤다'라는 표정이에요. 행복한 육아의 필수, 분리 수면에 모두들 성공 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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