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마이클 하얏트의 "초생산성"(원제: Free to Focus: A Total Productivity System to Achieve More by Doing Less)라는 책이다. 수년 전,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과 와이파이가 보급 되면서 우리는 편리한 삶을 얻었다. 스마트폰, 와이파이가 없던 시절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나로서는 그 전의 근무 환경과 이후의 환경에서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뭐 물론, 인터넷의 유무를 모두 경험한 윗세대들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기획안을 작성할 때는 국어사전, 영어사전을 옆에 끼고 혹시나 맞춤법이 잘못된 부분은 없을지 검토에 검토를 거듭해야 했고, 외부에서 클라이언트의 자료 요청이라도 있으면 "사무실에 들어가서 보내 드리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회사에 복귀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회사에서 마치지 못한 일을 집에서 마저 하기 위해선 온갖 자료들을 외장 하드로 옮겨 담아야 했으며, 해외 출장이라도 가는 날에는 자료들을 노트북에 옮겨 담고 국제전화 카드를 구입하고 호텔 바우처를 출력해야 하는 등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전국은 물론이고 세계 어디서든(대부분의 나라) 그리고 지하에 있든 등산을 하는 중이든, 스마트폰을 열어서 거래처에 자료를 보내줄 수도 있고 회사에서 하던 업무와 자료들이 집의 노트북과 동기화 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오후에는 집에서, 저녁에는 카페에서 일할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편안함은 일면 불편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일을 하기 편하지만 오히려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맹점이 있는 것이다. 나는 하루 종일 울려대는 카톡 메시지, 앱 알림, 스팸 전화와 문자들에 꽤 오랜 기간 방해를 받아왔다. 통신사 서비스를 통해서 스팸을 걸러내고, 필요없는 푸쉬알림을 해제해도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않았다.
줄거리
초생산성이라는 책은 나와 같은 고민으로부터 출발한다. '생산성을 극대화 하는 아홉 가지 비법'을 표방하는 이 책은 직장인들 모두에게 필요한 집중과 몰입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표지에는 이렇게 써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통씩 오가는 메일, 쉴 틈 없이 오는 메시지와 알람, 끝없이 이어지는 잡무과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대처하느라 시간과 주의력을 소모한다. 그 탓에 생산성이 떨어지고, 많은 업무들을 처리하기 위해 자신만을 위한 시간마저 쏟아붓는다.
초생산성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내용인 것처럼 보였다. 내 브랜드로 사업을 하고 있는 나는, 생산성을 높여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일의 효율과 결과물이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선택했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은 책의 서두부터 내 목적과 결을 달리한다. 아니, 내 목적이 틀렸다고 말한다. 그는 '많은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완전히 간과하고 있는 생산성의 비밀 - 진정한 생산성이란 갈망 영역(열정도 있고 능숙도가 높은 일들)에 해당하는 일을 더 많이 하되 다른 모든 일은 줄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요컨대 생산성을 높여 더 많은 일을 하지 말고, 할 일만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즐기라는 것이다. 적게 일하면서 생산성을 높여 더 행복해지면 더 많은 부를 이룰 수도 있을 거라는 것.
그의 목적에 맞게 책에서는 '할 일만 하는 방법'에 대한 서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멈춰라'라는 제목의 첫 번째 장에서는 내가 원하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가려내고 비전을 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내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러기 위한 노력들에 대한 설명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에 대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인데, 내 자신을 돌아 보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한 눈에 알 수 있고 그 속에서 우선순위를 가려낼 수 있게 돕는다. 진북(자유 나침반이라는 포멧을 제공하고 그 나침반의 북쪽에 위치한 것이 갈망 영역)을 찾으라는 것.
'잘라내라'라는 두 번째 장에서는 안 하기로 결정한 일들을 어떻게 안 할 수 있을 것인지, 이것들을 어떻게 팀원이나 외부 업체, 프리랜서들에게 위임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해야 하는 일들을 어떻게 자동화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위임 과정은 좀 더 깊이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자동화 부분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무의식 중에 매일 하는 일을 늘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계기로 되돌아 보니 상당부분 자동화가 가능할 것 같아 바로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마지막 장 '행동하라'에서는 이상적인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맞춰 업무를 추진하는 방법, 내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어떻게 제거하고 완화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총평
전반적으로 유용한 내용들임에는 틀림 없다. 그리고 실행에 옮겨 본다면 분명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하지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모든 직장인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기업의 대표라든지 팀을 이끌고 있는 리더 같이 어느 정도의 권한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 초년생, 평사원들이 읽고 따르기는 조금 어려운 내용들이다.
나는 아이폰의 집중 모드를 거의 매일 사용한다. 퇴근 시간 전까지는 내가 지정한 (업무에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몇 사람의 카톡, 전화만 받을 수 있고 모든 어플의 알림은 울리지 않는다. 사무실 책상 구도를 가장 집중하기 좋은 위치로 옮기고 소음을 발생하는 어떤 기기도 들여놓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초생산성이란 책이 몇 가지 방법을 더 제시한 것은 확실하다. 나처럼 집중력을 높이고 효율을 높이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을듯하다. (위에서 말했듯 사회 초년생들 제외) 그리고 일단 내용이 어렵지 않게 잘 읽히는 편이다.
이 일 저 일 왔다 갔다 하는 데는 큰 대가가 따른다. 주의력이란 매끄럽게 전환되는 것이 아니다. '주의 잔류물'이 우리가 정신적 기어를 변환하려 할 때마다 훼방을 놓는다.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 캠퍼스의 한 연구팀은 직장인들이 이메일이나 전화 등으로 방해받은 직후 업무로 복귀하기까지 평균 25분가량이 소요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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