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그랜트 카논이 쓴 "10배의 법칙"(원제: The 10X Rule: The Only Difference Between Success and Failure)이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 서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른바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자기가 살아온 특정 방식에 대해 서술하는 것, 그중에서도 몇 가지 키워드로 말을 만들어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라... 부자들의 행동을 따라 하면 너도 부자가 될 수 있다... 거울을 바라보고 할 수 있다고 외쳐라... 책상 한편에 구체적인 목표를 적고, 상상하라...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인생의 성패를 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엔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에 초조하다.) 이런 자기계발 서적을 읽을 시간에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실용서적이나 경영서 같은 것을 읽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그럼에도 자기계발 서적을 집어 들을 땐, 무료해서인 경우가 많다. 뭔가 지루하고 답답해서 내 삶의 작은 변화라도 주고 싶을 때 큰 기대 없이 집어 드는 것이 자기 계발서이다.
10배의 법칙 또한 그런 의미로 읽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삶이 크게 다를 리 없고, 뭔가 신선한 자극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최소한의 목표(신선한 자극)에 꽤 부합한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오랜만에 아주 마음에 드는 자기 계발서를 발견했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목차보다도 빠른, 책의 들어가는 페이지에서 '내게 일을 줄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진정한 친구가 아니거나 뭔가 잘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최근 들어 워라밸이라는 말로 개인 시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적게 일하고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종류의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 40시간 이상 일하면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진다면서 말이다. 뭐 일반 직장인들이나 소중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 혹은 일 말고 다른 곳에서 자아를 찾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줄거리
하지만 나는 내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이 사업체는 정상 궤도에 올랐다가도 조금만 안심하고 편안해지면 금세 위기를 맞기도 한다. 직원도 몇 없는 영세 사업자들은 대표가 그야말로 일당백을 해내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그런데도 온통 자기 계발서에서 생각을 바꿔라, 습관을 바꿔라,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라, 목표를 크게 외쳐라...라고 말하고 있으니 나처럼 더 일하고, 더 몰입하고 싶은 사람이 자기계발 서적에서 답을 찾고 위안을 얻기란 어려운 일이다. 10배의 법칙은 그런 면에서 내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책과 같았다. 나는 적은 시간 일하고 즐기는 종류의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모든 직업, 모든 일에 전성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전성기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에 가치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행동하고 더 많이 이루라는 책의 내용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는 지속적이고 압도적인 성공이 가장 중요하다고 390페이지에 걸쳐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당한 성공, 충분한 여가와 당장의 재미가 더 중요한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책이다. 자신을 좀 더 몰아쳐서 한계를 시험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사람에게 동기부여가 될 글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성공에 완전히 몰입하는 사람만이 인생에서 행운을 얻으며 성공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므로 한계가 없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핑계만 대고 있지 말고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라. 그게 비록 통제력 밖에 있는 일일지라도...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일을 '두려움'을 갖고 해야 차별화된다. 두려움이란, 이것을 신속하게 해내야 한다는 일종의 신호라고 저자는 말한다. 두려움에 시간이라는 먹이를 주면 더 커진다. 그러므로 바로 해야 한다. 압도적인 행동력을 가지고 말이다. 위대한 삶을 만드는데 돈이나 운은 필요하지 않으며 오직 빠르고 강력하게 두려움을 물리치는 능력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총평
책을 읽는 내내 연결되는 저자의 주장들은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위로하라는 말보다 훨씬 공감이 간다. 긍정적인 마인드 셋이 부자를 만들어준다? 생각하는 만큼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 시답잖은 말들보다 나가서 뭐라도 하나 더 하라는... 뭐라도 더 하겠다는 마인드 셋을 강조하는 10배의 법칙이 훨씬 현실적이게 느껴진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구체적인 케이스 스터디는 없이 독자를 몰아붙이기만 하는 대목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예전 웰씽킹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도 느꼈던 것인데(1000명의 부자를 연구했다고 하는 저자가 그 연구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그냥 내가 한대로 웰씽킹을 하라고 주장) 그랜트 카논도 줄기가 약간은 겹친다. (공교롭게도 웰씽킹의 저자 켈리 최가 10배의 법칙 추천사를 썼다.) 저자는, 나? 나는 10배로 움직이고 10배로 밀어붙여서 엄청 성공했어. 다 10배로 해. 그게 성공의 유일한 방법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물론 390페이지를 10배의 행동력이라는 주제 하나로 이렇게나 계속 말하는 건, 나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적어도 나에게는 약간의 영감과 동기부여를 주기에 충분했다. 하루하루 문제없이 흘러가지만 뭔가 불안한 사람들, 내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 뭐든 10배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리고 그만큼의 양을 물리적으로 해낼 수만 있다면, 정말 성공하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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