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이라는 책이다. 저자가 쓴 '인간관계론'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전해지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제가 '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기관리를 위한 포괄적인 책은 아니다. 아무래도 저자의 인간관계론이 국내에서 워낙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투로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게 판매량에 더 도움이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인간관계론의 원제도 How to Win Friends & Influence People이다. 그냥 원제의 느낌을 살린 네이밍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세계를 통틀어 생각해 보더라도 상당히 치열하게 사는 축에 속하고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냉철한 자기관리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다. 아무래도 '걱정을 멈추고 사는 방법'이라는 제목 보다는 '자기관리론'이라는 한국어 제목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좋았을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출판사의 이런 네이밍에 몇 번이나 낚인 적이 있는데, 자기관리론 역시 조금은 그랬다. 자기관리를 위한 여러 가지의 방법이 있을 줄 알았다. 인간관계론에서 사람과의 사이에서의 갈등을 막을 다양한 비책들이 소개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관리론은 인터넷 서점 YES24 구매자 평점이 9.7인 것이 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줄거리
'자기관리론'에서는 오로지 걱정을 컨트롤하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한다. 자리관리를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고를 일러주는 책이 아니라 오직 걱정을 하지 않게 만드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일단 책을 골랐던 이유부터 어긋나 있기 때문에 나에게 큰 영향을 주기는 애초에 어려웠지만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걱정은 하지 말라!', '걱정을 하지 말라!', '걱정이 필요가 없다!' 데일 카네기는 세상의 모든 걱정은 쓸모가 없는 것이니 걱정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심지어 참호 속에서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져도 폭탄에 맞을 확률은 1/10,000 정도이니 걱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내 머리속에는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응?' 인간관계론에서 그랬듯 데일 카네기는 독자들의 걱정을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사례들을 열거한다. 걱정은 했으나 걱정과 달리 아무렇지 않았던 결과라든지, 걱정이 됐으나 걱정만 하고 있기 보단 행동으로 나서서 극복한 스토리들이다. 나로 하여금, 앞으로 절대 걱정은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으니 그의 의도는 일면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수많은 걱정으로 밤에 잠들지 못하고 괴로워했던 사람들에게는 꿀같은 조언들이 될 수도 있다.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크고 작은 걱정들이 있다. 그런 걱정이 왜 의미가 없는지, 걱정이라는 감정이 마음 속에 싹 트기 시작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들이다.
총평
우선 나는 걱정을 통제하기 위해서 집어 든 책이 아니고, 걱정이라는 것이 내 삶을 방해하고 있진 않기 때문에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거의 무한 반복으로 등장하는데 (리뷰를 올리는 이 글에서도 걱정이란 단어가 이렇게 많이 쓰였을 정도로) 책의 후반부로 가면 '걱정'이라는 단어에 약간 거부감이 생기기도 한다. 하나의 주제로 이렇게 두꺼운 책을 완성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예를 들어 '아침형 인간이 좋다'라는 주제로, 그러니까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법한 주제로 400페이지에 걸쳐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 저녁에 일찍 자라, 얘도 그래서 잘 됐고, 얘도 그래서 행복했고, 그랬다. 그러니까 너도 해라.'라고 말하면서 일찍 일어나라는 말만 계속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의 걱정, 두려움은 사람에게 오히려 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앤드루 그로브는 '편집광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에서 '무사안일이 가리키는 칼끝은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정확하게 겨눈다. 무사안일은 두려움의 반대말이다.'라며 약간의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밀 아자르는 '자기 앞의 생'이라는 책에서 '두려움이야말로 가장 믿을 만한 동맹군'이라고 말했다. 걱정과 두려움이 삶을 갉아 먹고 일상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면 물론 문제가 되겠지만, 책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백해무익한 것까진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데일 카네기라는 사람이 평생에 걸쳐 몰두한 일들이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지침과 조언을 제공하는 건 사실이다. 자기관리론 역시 앞서 밝힌 것처럼 제목에 명확한 주제를 담고 있었더라면 나 역시 반감을 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읽지를 않았을지도...) 하지만 크고 작은 걱정에 마인드 컨트롤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데일 카네기의 나긋나긋한 조언들로 가득한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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