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굉장히 흥미로워 보이는 책을 발견했다. 와카드 아메드가 쓴 '폴리매스'(원제: The Polymath: Unlocking the Power of Human Versatility)라는 책이다. 최근 나는 [초생산성]이라는 책을 읽고 서평까지 올린 적이 있는데, 그 책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잘 하고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이는 일임을 주장한다. 짧은 시간 동안 한정된 일을 하고 생활을 즐기며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리고 바로 앞서 서평을 올렸던 [생각하는 힘은 유일한 무기가 된다]라는 책의 표지는 '하루 3시간만 일하며 충족한 삶을 실천하는 법'이라는 말로 독자를 유혹한다. 이렇듯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우리 시대에 깊게 자리 잡으면서 적당한 일과 자신을 위한 삶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공감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 브랜드를 갖고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더 많은 일을, 더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게다가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일당백 역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중에(초생산성, 생각하는 힘은 유일한 무기가 된다에서 아쉬움을 느끼던 중에) 폴리매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큰 기대를 안고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훨씬 이전에 서평을 올렸던 [스틱]과 같은 시기에 읽기를 시작했으니 완독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렇게나 오래 걸린 이유는 뒤에 설명) 폴리매스란 다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서 전인적 차원에서 최적의 능력을 발휘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이들이다. 작가는 폴리매스에 대해 단순히 박식가가 아닌 어떤 특정 인종으로까지 표현할 정도로 진심을 다한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일을 출중하게 하는 사람들을 폴리매스라고 한다.
줄거리
미래 세계는 복잡다난하고 초지능을 장착한 자동화 기기들이 활약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각도로 관찰, 통합적 사고하며 흉내 내지 못할 독창성을 발휘하는 다재다능한 '인종'만이 가치를 가진다는 것. 작가는 전문화된 사회가 인류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오히려 얼마 안 된, 그러니까 어색한 현상이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박식한 천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100여 점의 유화를 남긴 예술가이자 군인이자 정치가로서 위상을 떨친 윈스턴 처칠, 경찰이자 군인, 탐험가, 농부, 사냥꾼을 거쳐 미국 대통령 중에 가장 많은 책을 출간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세계 문학의 거장이면서도 변호사, 궁정관료, 철학자면서 생물학, 물리학 같은 과학 분야에서도 엄청난 업적을 남긴 요한 볼프강 괴테가 대표적이다.
우리가 폴리매스가 되기 위해선 사고방식을 개혁해야 한다. 전문화된 사회가 부자연스러운 것임을 인정하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장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1. 자기 자신만 가지고 있는 개성 2. 무엇이든 탐구하고자 하는 호기심 3. 다양한 자질을 배양할 수 있는 지능 4. 여러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다재다능함 5. 새로운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 창의성 6. 전체를 그릴 수 있는 통합 능력이 필요하다. (어쩜 이렇게도 당연한 얘기를 이렇게 길게 적어놓았는지 궁금하다.)
총평
결론적으로 이 책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우선 이 책이 왜 자기계발, 성공학 분야에 들어가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엄밀하게 말해 이 책은 영웅 전집, 더 엄밀히 말해 영웅 전집 요약본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챕터 2까지는 아주 재미있다. 모처럼 좋은 책을 발견했구나. 최근 몇 년간 읽은 중에 가장 유익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챕터 3부터 본색을 나타내는데... 지구 역사상 폴리매스였던 사람들을 다 열거할 기세다. (어후, 심지어 호모 사피엔스 시대까지 얘기한다.) 위에 써놓은 것처럼 윈스턴 처칠, 시어도어 루즈벨트, 요한 볼프강 괴테를 포함해서 현시대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아주 유명한 폴리매스를 언급하고 그들이 폴리매스가 된 방법과 삶, 그리고 통찰을 풀어쓴 것이 아니다. 작가는 닥치는 대로 폴리매스를 조사했고 그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와카스 아메드는 훌륭한 작가라기 보다 집요한 관찰자, 열성적인 탐구자라 할 수 있겠다. 10세기에 살았던 역사가, 15세기에 활약했던 정치가의 사례를 통해 전문화보다 폴리매스가 우위에 있다고 말할 필요가 있을까.
작가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전문화로 오염된 것'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전문화가 우리네 삶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기도 하는데 깊이 공감 가지 않는다.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 다양한 분야를 탐구하고 나아가는 것은 좋다. 우리의 가능성은 무한하니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말고 더 발전하자는 주장이라면 얼마든지 수긍한다. 하지만 전문화 오염을 더 많은 전문화로 상쇄하자는 주장은 모순이다. 미래는 복잡다난하고 초지능을 장착한 자동화 기기들이 활약하는 시대이니 폴리매스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폴리매스가 될 필요가 없다는 관점도 가능하다. 나는 자동화 기기, 자동화 프로그램들 덕분에 마케터이면서 회계사가 될 수도 있고,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고, 사진작가, 영상 편집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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