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조나 버거가 쓴 '캐털리스트'(원제: The Catalyst)라는 책이다. 아주 오랜만에 조나 버거의 책을 읽었다. 조나 버거는 내가 다른 책 서평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컨테이저스(전략적 입소문)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컨테이저스는 최근 몇 년간 읽은 중에 가장 실용적인 마케팅 도서로, 실무에 바로 적용이 가능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들이 담겨 있었다. 때문에 조나 버거라는 작가에게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두 번째 저서를 이제야 읽게 되었다. 조나 버거는 펜실베이나 대학 와튼스쿨 마케팅학 교수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유식한 척을 하지 않고 상당히 겸손한 태도로 이야기한다. 특히 마케팅에 대한 전문적인 이론이나 지식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상당히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주장을 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캐털리스트에서도 그의 장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조나 버거는 커다란 에너지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아주 작은 행동들로 변화를 가로막는 벽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촉매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 그리고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어떻게 장벽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앞서 소개한 컨테이저스에서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 어떻게 입소문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그 입소문을 막는 장애물을 없애는 방법이다. 컨테이저스의 다음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연달아 읽는 것을 추천)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다섯 가지 전략은 아래와 같다.
줄거리
(1) 리액턴스 효과: 사람들은 타인의 설득에 저항한다.
누구나 자유 의지로 선택하길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 리액턴스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촉매를 통해 행위자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한적인 선택지를 제공하고, 무엇을 하라고 제시하는 대신 질문을 하여 흥미를 유발하여 역할을 바꿔야 한다. 상대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인지 시켜주고 상호 이해의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리액턴스 효과를 줄일 수 있다.
(2) 소유효과: 사람들은 전부터 해오던 방식을 고수한다.
사람들은 같은 확률로 발생하는 이익이 손실보다 2.6배 이상은 돼야 행동에 나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얼마 전 카드사 문의를 위해 ARS에 연결을 했다.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누르는 ARS'와 '보는 ARS' 중 선택하라는 안내가 가장 먼저 나온다. 물론 보는 ARS가 훨씬 편할 수도 있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아직까지 누르는 ARS만 사용한다. 그것이 조나 버거가 주장하는 소유효과 중 하나다. 내가 가진 것, 늘 하던 것은 소유 효과로 인해 실제보다 가치가 있어 보이고, 새로운 것은 전환 비용, 손실 회비로 인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작은 손해 보다 누적되는 손해를 부각하고 기존 방식을 과감하게 없애는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3) 거리감: 사람들은 수용 범위 밖의 정보를 거부한다.
다소 완화한 호소문이 강한 주장을 담은 호소문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사람에게는 수용 영역(어느 정도 다른 의견에도 수용될 수 있는)과 기각 영역(절대 수용할 수 없는)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에게 내 제품이 우수하다고 알리기 보다 내 제품을 필요로 하는 타깃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나중에 사도 되는 비타민과 당장 사야 하는 진통제로 나눠서 내 제품을 진통제라고 생각할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작은 제안부터 해서 수용 영역을 점점 넓혀 가거나 양극단에 있는 판을 바꾸기 위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야 한다.
(4) 불확실성: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을 접하면 일시정지한다.
나처럼 브랜드를 가지고 있거나 자신의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네 번째 장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 역시 우리 회사의 직원들에게 이 책을 읽으라고 전하면서, 혹시 어려우면 네 번째 장 '불확실성' 부분이라도 꼭 읽을 것을 권했다. 책에서도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챕터이다. 사람들은 기대 이익이 더 크더라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여러 마케팅 도서에서 케이스 스터디로 사용하고 있는 그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교 실험(시험에 합격/불합격 가정하고 하와이행 초특가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합격한 학생, 불합격한 학생 모두 대부분 그렇다고 답한 반면, 아직 결과를 모르는 학생들은 대부분 구매하지 않았다는 실험. 합격해도, 불합격해도 구매하지만 결과를 모르면 구매하지 않는다.)을 예시로 든다.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시험 사용 가능성'을 높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험 사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이미 성공한 많은 브랜드에서 우리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낮춰 줬는지... 그러니까 처음 넷플릭스에 가입할 때, 내가 차를 바꾸기로 결심했을 때, 드롭박스를 우리 회사에 도입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은 내 불확실성에 대한 장벽을 어떻게 낮췄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5) 보강 증거: 사람들은 더 많은 증거를 원한다.
누군가가 설득이나 추천을 할 때는 해석의 문제가 뒤따른다. 모든 사람이 같은 취향, 같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추천을 받아도 그 추천의 이유, 혹은 자신에게도 유의미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여러 사람이 함께 추천하고 같은 말을 할 때 보강 증거의 위력을 갖는다. 사회적으로 동질성을 인식할 때, 자신과 동질성이 높은 사람들의 평가가 이어질 때, 그리고 짧은 기간에 반복적으로 추천할 때 효과가 있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물이 증발하듯, 지난 추천들은 쉽게 증발한다. 물론 제품이나 메시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야 한다. 강한 의견을 가진 대상을 설득할 때에는 소방호수 전략(더 좁고 깊게), 약한 의견을 가진 대상을 설득할 때는 스프링쿨러 전략(더 넓고 얕게)을 내세워야 한다.
총평
작은 입소문들을 조금씩 퍼지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했던 게 저자의 전작 '컨테이저스'라면, 캐털리스트는변화를 가로막는 장벽이 뭔지를 파악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역시 조나 버거 답게 아주 실용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정치 성향을 바꾼다거나, 특정 정책에 대한 입장 변화, 혹은 범인을 자수하게 만들거나 조직을 변화시키는 과정들까지,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나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잠재 고객이 우리의 제품을 사게 만든다는 관점에서 읽었다. 타사 브랜드 고객이 전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내 브랜드로 오게 만들 수 있을까. 이 비밀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어떤 사업에서든 무적의 무기를 갖게되는 것과 같다. 컨테이저스와 마찬가지로 하루아침에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이 점점 비용 대비 효과를 잃어가고 있는 시점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아주 작은 변화들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더 많은 고객에게 알릴 수 있다면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다. 조나 버거의 다른 책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거나 마케팅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조나 버거가 더 많은 책을 내지 않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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