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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경영,마케팅

닐 호인 "컨버티드" 책 소개 및 줄거리, 총평

by 태드로 2023.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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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호인 "컨버티드" 썸네일

책 소개

 

구글 최고 데이터 분석 전략가 닐 호인이 쓴 컨버티드라는 책을 읽었다.(원재: Converted: The Data-Driven Way to Win Customers' Hearts) 저자는 구글에서 데이터 분석 전략가로 일하면서 얻은 통찰, 그리고 수많은 광고주와의 협업을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 지금 시대에 맞는 마케팅이 무엇인지에 대해 서술한다. 나는 마케터로서 영감을 얻기 위해 마케팅 관련 도서는 지속적으로 읽는 편이다. 마케팅 도서들은 대부분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안에서 마케터들은 어떻게 우리의 제품을 알릴 것인지, 우리의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 서술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방법들로 가득한 것이다.

하지만, 컨버티드는 저자의 직함에서도 그렇고, 마음을 훔치는 '데이터 분석'의 기술이라는 제목에서도 그렇고... '구글은 당신이 10초 뒤에 무엇을 할지 알고 있다!'라는 표지 카피에서도 그렇고 조금 다른 관점에서 마케팅을 해석할 것임을 암시했다. 나는 구글 애널리틱스 등 구글이 제공하는 다양한 마케팅 툴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구글 데이터 분석 전략가의 데이터 분석 방법이라니...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사업체를 운영하다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다양한 데이터를 얻게 된다. 같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줄거리

저자는 지금 만난 고객에게 바로 프로포즈를 하기보다 대화를 시도하라고 말한다. 많은 기업들이 궁극적으로는 자사의 제품, 자사의 서비스를 선택하게 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벌인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본색(프로포즈)을 드러내기 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고객과의 대화를 시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이 누군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고객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 인간의 특성을 포용하여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어간다. 예를 들어 조금만 더 하면,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은 결승선 착시 효과라든지(이제 몇 단계만 더 하면 가입이 끝납니다.) 사람들의 손실회피 성향을 활용하여 희소성을 강조한다든지, 군중심리(리뷰가 5개 달린 제품은, 리뷰가 없는 제품에 비해 구매 전환율이 270%이다)를 활용하는 방법 등이다.

고객생애가치(CLV)를 측정하여 모든 고객을 동일하게 보지 않고, 자사에 가치가 높은 고객을 가려내야 한다. 고객을 모으고 이들을 가치 있는 고객으로 만들기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평범한 고객을 가치 있는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고객에게 최고의 조언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구매할 수 있는 추가 제품을 추천해서 거래의 규모를 키운다. (아마존 추천 엔진은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하고 있고, 넷플릭스 시청의 75%는 추천을 통해 만들어진다.) 적절한 추천은 고객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다. 또한 고객과의 관계를 한층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일이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판매를 이끌어내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마케팅 서적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을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하지 말고 구매 사이의 간격, 반품률, 최초 구매 제품 범주 등의 변수를 파악하여 가치 높은 고객을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 변수들을 분석하는 방법을 기대했던 것) 그리고 책의 후반부는 마케터로서 고객생애가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전략을 짠 뒤, 이런 변화를 적용하기 위해 동료들을 설득하는 기술에 대한 부분이 주를 이룬다.

 

총평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은 좀 애매하다. 우선 첫 장부터 "기억하라.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다."라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그리고 모니터 뒤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그들을 가치 있는 고객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마케터로서 이야기한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목적과 크게 어긋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다양한 데이터들이 축적된다. 고객의 구매 패턴, 사이트 방문 빈도, 체류 시간, 재구매 비율, 접속 경로, 사이트 접속 후 구매까지의 경로 등 그 종류만 해도 수십 개는 족히 될 텐데... 의미를 알 수 없는 데이터부터 개인적으로 중요시하는 데이터까지 수두룩하다. 저자가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뛰어난 통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만큼 이런 수많은 데이터를 마케팅에 접목할 방법을 제시해 줄 거라 기대했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다. 인간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평범한 고객과 가치가 높은 고객을 가려내서 마케팅을 집중하라는, 그러니까 다른 마케팅 관련 서적에서 숱하게 봤던 내용들이 아주 조금 다르게 표현되어 있을뿐이다.

저자의 주장에서 가장 중요한 줄기를 이루고 있는 것이 고객생애가치에 대한 부분이다. (나 역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이긴 하다.) 고객생애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의 중점을 어디에 둘지를 정하라는 내용들인데, 정작 고객생애가치를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고객생애가치를 측정하는 첫 번째 관문부터 넘지를 못하고 있으니 그다음 내용들이 유용할리 없다. 저자는 고객생애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을 소개하지 않고 단지 자신이 만든 사이트에 양식을 기입하면 나온다. 나오면 써라. 라는 방식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사이트에서 양식을 다운 받아서 기입해도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출판사에서 별다른 조치 없이 단지 언어만 번역해서 출간한 점은 좀 아쉽다. 컨버티드처럼 다운받은 양식의 작동 여부에 따라 책 내용이 크게 갈리는 비슷한 종류의 책들은 요즘 한글판 양식까지 출판사에서 별도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유용하다.) ​

고객생애가치를 측정했다고 하더라도 그를 활용해서 뭘, 어떻게 하라는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생애가치 제일 중요해. 그거 측정해서 그걸 바탕으로 마케팅 잘해!"라고 말하는 느낌. 그리고 책에서 제시한 많은 기업들의 예시들 중 오직 구글에 대한 것만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하다. 소개되는 내용이 많지는 않지만 구글에서 저자가 일했던 케이스들로도 꽤 유익한 지점이 있다. 나처럼 수많은 마케팅 도서를 탐독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울 게 없는 내용. 하지만 마케팅 관련한 업무나 공부를 막 시작하는 단계라면 마케팅의 굵직한 개념을 익히기엔 괜찮은 책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