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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인문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책 소개 및 줄거리, 총평

by 태드로 202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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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가브리엘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책 소개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는 조금 독특한 형식을 가진 책이다. 저자가 마르쿠스 가브리엘이라는 독일의 천재 철학자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두 명의 인터뷰어(오노 가즈모토, 다카다 아키)가 독일의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과의 (줌을 사용한) 대화 내용을 엮은 책이다. 그런 특별한 전개를 책 전반에 표현하고 싶었는지 구어체로 서술한다.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라는 제목을 읽고 나는 SNS를 통한 전 세계의 연결에 대한 주제일 것이고, '지나치다'라는 표현에서 전달되는 이미지, 그러니까 부정적인 현상과 폐해들에 대한 묘사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큰 줄기로는 인류 역사에 남을 만큼 지난하고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 그리고 그 팬데믹을 둘러싼 국제정세, 사회적 현상들에 대한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견해를 다룬다. 지난 몇 년간 전세계를 휩쓴 팬데믹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흐름 속에 몇 년간 계속해서 새로운 흐름에 이끌려가고 있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삶은 알게 모르게 꽤 달라져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업계의 판도가 바뀌었고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 바뀌었고,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이 바뀌었다. 팬데믹 이후의 세상은 어떨 것인가?라는 주제로 각계각층의 전문가, 지식인들이 내놓는 예상들을 접하는 것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닌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상당히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했다고 볼 수 있다.

 

 

 

줄거리

 

윤리적인 가치와 경제적인 가치가 같아야 한다. 그리고 분명 같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 근거로 팬데믹 속에서 윤리적인 결정을 내린 국가들은 경제를 빠르게 회복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철학적인 접근일 수 있지만 굳이 철학을 갖다 붙이지 않아도 최근 대의명분을 설정하고 윤리적인 결정을 반복하는 기업만이 경쟁 사회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은 각계각층에서 나오고 있다. 기업의 전략과 목표는 어디까지나 모든 구성원이 인정하고 따르는 대의명분을 향해 있어야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윤리적인 기업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이것이 대자연의 자기표현이라는 말을 한다. 대자연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을 주제로 하는 1장에서는 이렇듯 팬데믹 현상으로 인한 사회적인 흐름과 그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 이후에는 국가와 국가의 연결, 타인과의 연결(예상했던 SNS 관련 내용은 여기에서 짧게 언급), 새로운 경제활동의 연결을 주제로 이른바 '천재 철학자'라고 불리는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팬데믹의 흐름과 세계의 흐름, 윤리 등에 대한 철학자의 사견을 집대성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총평

 

다양한 현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철학자가 이런 현상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소 생경하지만 꽤 쉽게 읽히는 편이다. 아무래도 인터뷰 형식을 띈 책의 흐름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저자가 세상 전반에 대해 어찌 보면 성토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글들이 있다. 이를테면 코로나 감염자 수 집계에 대한, 이런저런 정책에 대한, 윤리적 행동에 대한,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비평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바이러스 학자의 의견과 권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대단히 냉소적이고, 그래서 조금 신선한 주장들도 있다. 생각해보면 바이러스 학자들이 전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정책에 대해 관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들 덕분에 팬데믹을 지해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던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저자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리고 그동안 굳이 떠올려본 적은 없지만, 나 역시 그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몇 가지 주장도 읽을 수 있었다. 무거운 주제로 말하고 있음에도 내용까지 무겁지는 않고, 현시점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한 번쯤 경험해 볼 수 있다. 앞으로 몇 년간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인류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AI를 중심으로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이 펼펴질 것이다. 이 책에서 그런 부분까지 심도 깊게 다루지는 않지만, 나처럼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큰 사람이라면 이 책을 리스트에 추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견문을 넓히는 의미에서 가볍게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머나먼 독일의 철학자 의견을 듣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한 게 아니니 말이다.